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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5.19-6.8 숲속숨쉼씀


    숲속숨쉼씀_글. 윤기채


    연인과 손잡고 거니는 산책길 같았다. 숲 속 초록 숨결이 불어오자 들숨 가득 포근함과 설렘이 부풀 었다. 그것을 내쉬자 날숨은 봄바람이 되어 날렸다. 아름다운 얼굴의 봄바람은 머리칼을 날리며 눈 웃음 지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익숙하기도, 또 낯설기도 한 것이었다. 수수한 얼굴의 풀잎들은 인사 하듯 반갑게 손을 흔들고, 고혹한 달빛의 눈화장은 끈적하게 나를 옭았다. 나는 한참을 멍청하게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러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의 얼굴을 꼭 닮았노라고 멍청한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 불현듯 작년 봄의 이곳, 숲길을 생각하며 나는 묘해졌다. 작년 봄의 꽃향기가 올봄의 것과 같지 않듯, 그렇게 사랑은 계절을 맴돌면서도 어디론갈 향했다. 그곳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나는 그 길을 따라나서고 싶었다. 얼굴 없는 새들의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면 어디든 지루할 것 같지 않았다. 무표정한 새들은 아픔을 비웃지 않았고 흐린 날도 함께 흥겨워했다. 그들의 노래가 나는 왠지 사람 들의 목소리 같았다. 지저귀는 울음소리가 어째선지 내게 발음했다. 그것을 받아 적자니 연애편지가 될 것 같았다. 그것을 읽어보니 절로 노래가 되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웅성대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새들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꽂아 넣은 이어폰과 드리운 마스크, 무표정한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나는 이상했다. 무표정한 얼굴은 무심해 보이지 않았다. 웅성대는 사람들의 소음이 선율이 되어 흘렀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 도시가 외롭지 않다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니 텅 빈 가슴에 울컥 물기 어린 무언가가 차오른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상해진 건 이 도시가 아니라 내 안의 황야일 것이다. 그곳은 더 이상 내가 알던 풍경이 아니었다. 내 안에 깊게 뿌리 내린 이곳, 평생을 갇혀 지내도 좋을, 따스한 숲이었다.


    설렘 가득한 이 숲길의 역사를 생각하다가 나는 눈물겹곤 한다. 당연한 듯 놓인 이 황홀한 숲이 있 기 전, 외로운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을 것이다. 외로운 나무 한 그루가 뿌리 내리기 전, 황량한 언 덕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을 테다. 싹을 틔울 비옥한 흙이 있기 전, 푸석한 황야의 모래만이 날렸 을 테다. 그렇게 작은 씨앗 하나가 싹을 틔워 새들이 모여 사는 숲을 이루기 까지, 나무는 얼마나 많은 계절 을 곱씹으며 몇 겹이나 푸르름을 덧칠해 왔을까.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가 울리기까지 얼마나 깊은 적막 속에 숨 죽여 기다려 왔을까. 포근하고 따뜻한 숲 속으로는 그 아득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터였다. 흥겹게 춤추는 새들의 날갯짓 속으로, 폴락이는 나무의 황홀한 풀푸름 속으로, 그 나무가 그루박힌 흙 속으로, 흙이 되기 위해 썩고 썩었을 황야의 모래 속으로, 한 없이 깊숙한 그 속으로, 안쪽 어딘가 소중히 자리할 그 마음의 깊이를 가늠하다가 나는 아득하게도 눈물겹고 마는 것이다.


    가슴 가득 들어차는 숲의 숨결에 내 마음은 자주자주 폴락이곤 한다. 들숨과 날숨 사이 그 작고 무 한한 우주 속에 풀푸른 잎사귀는 별처럼 흩날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멍청한 내 지론에 따르면 ‘숨’이란 ‘삶’이다. 들숨과 날숨 사이, 그곳에 무얼 채워 넣느냐 5 를 나는 ‘삶’이라 부른다. 쉼 없이 반복되는 숨이라는 지겨운 공정 속에 생의 기록은 쌓여간다. 누군 가는 그 숨 속에 벽을 쌓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가시를 돋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 푸른 점을 찍는 누군가가 있다. 텅 빈 황야였을 삶 위로 푸른 점을 찍는다는 건 참으로 처절한 용기였으리라. 아득한 그 곳에 작디작은 푸르름을 찍으며 숨은 삶으로 차올랐을 것이다. 그렇게 숨 쉬듯 끝없이 반 복된 푸른 점들은 한 데 모여 폴락이는 잎사귀가 된다. 숨으로 쌓인 푸른 점들이 푸른 숲의 삶이 된 다. 그렇게 숲은 새들의 마음속에 푸른 숨결을 불어 넣는다. 그렇게 들숨과 날숨 사이, 나의 숨 어딘 가로 푸른 점이 번져 간다.


    숲 속에 들어 앉아 나는 가만히 숨을 쉰다. 그것이 休(쉴 휴)가 그리는 ‘쉼’의 모습이라는 것이 재밌 다. 편안하고 포근한 숲, 새들이 노래하는 활기찬 숲, 푸른 숨이 마음을 도닥이는 이곳에서 나는 외 롭지 않다. 이곳에서 나는 마음껏 눈물을 쏟고 새들과 함께 춤춘다. 산뜻한 기운 속에 산책을 거닌다. 쨍쨍한 볕을 피해 걷다가 푸르게 푸르게 달아오른 풀잎 아래로 편안하게 드러눕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바람은 사람의 체온으로 닿아 내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그렇게 슬몃 눈감으며 까무룩 잠이 들곤 한 다. 눈 뜬 현실 속에 그런 꿈결을 누리다니, 참으로 신비로운 체험이었다. 날 위해 준비한 선물처럼, 애 타게 나를 기다려온 반려동물처럼, 환하게 반겨주는 그 예쁜 마음에 나는 내 안에 초록을 덧칠한다. 꿈결 같은 위로에 푸르게 달아오른 내 맘이 거창한 꿈을 꾼다. 내 안에 푸른 숲을 가꿔야지. 나도 언젠가 내 안의 숲을 내어 줘야지. 언젠가 내 맘을 내어주며 “여기 널 위한 나무가 서 있어.”하고 수줍게 말해봐야지. 그렇게 꿈결 속 숲의 무릎을 베고서, 나는 웅얼웅얼 고약한 잠꼬대를 내뱉는다.


    숲길을 거닐다가 나는 자꾸만 무언갈 적게 된다. 머릿속에 새들의 노랫소리가 새어들기 때문이다. 어린아이 소꿉장난 같은 유치한 말들, 어쩌면 일기장에나 몰래 적을 낮 뜨거운 말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곧장 내 가슴에 꽂혀와 마음을 울리곤 한다. 그 울림은 유려한 곡선의 울음으로 흐르다 가 이내 다시 아름다운 선율로 울리곤 한다. 그렇게 울리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나는 정성스레 받아 적는다. 소박하지만 묵직한 ‘진심’, 스치듯 지나치곤 하는 진실한 말들이기 때문이다. 진실한 그 말들의 울림을 따라서 그렇게 내 안의 초록 숲은 자신의 이름을 적는다. 잎새의 결로, 옹 이로, 나이테로, 숲의 이름은 소중히 적힌다. 적는다는 것은 잊지 않도록 새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숲은 누군가의 가슴에 진심을 새겨 넣는다. 그렇게 내 안에 가득 푸른 이야기들이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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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명 2021.5.19-6.8 숲속숨쉼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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